詩다움

오리무중 [이영광]

초록여신 2011. 2. 11. 07:42

 

 

 

 

 

 

 

 

 

 

세상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통 모르고 살지만

무언가 쉼없이 태어나고 죽는다는 건

똑똑히 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문자가 오니까

 

 

이 정도만 알아도 사는 덴 지장이 없다

태어나고 또 죽어나가는

그 사이는, 원래

오리무중이니까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살다 죽었을까

가끔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쪽도 깜깜 오리무중이니까

문자란 게, 워낙 엄지 첫마디처럼

짤막하니까

 

 

 

 

* 아픈 천국, 창비(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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