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한계 [천양희]

초록여신 2011. 2. 11. 07:37

 

 

 

 

 

 

 

 

 

 

 

 

새소리 왁자지껄 숲을 깨운다

누워 있던 오솔길이 벌떡 일어서고

놀란 나무들이 가지를 반쯤 공중에 묻고 있다

언제 바람이 다녀가셨나

바위들이 짧게 흔들 한다

한계령이 어디쯤일까

나는 물끄러미 먼 데 산을 본다

먼 것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누가 터무니없는 말을 했나

먼 것들은 안 돌아오는 길을 떠난 것이다

이제 떠나는 것도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 흥미가 없다

내 한계에 내가 질렸다

어떤 생을 넘겨도 동어반복이다

언덕길 오르다 말끝을 흐린다

마음아 그만 내려가자

 

 

 

 

*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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