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탑정호에서
수평의 마음을 본다
하늘도 내려앉은 희뿌연 호수에
수직으로 꽂히는 거센 빗줄기
수면으로 곤두박질치는 빗줄기 짧게 튕겨나가며
따가운 마찰의 고통을 보이기도 하지만
온몸 구석구석 거친 구멍 숭숭 뚫리면서도
뼛속 후비는 고통이며 서로를 찌르는 다름까지
크고 깊게 안는 저 포용의 마음
지나온 걸음마다 치렁치렁 허물을 매달고
돌아보기조차 두려운 시간을 건너왔지
하찮은 바람 한 줄기에도 소용돌이치던
내 마음의 골짜기 이 좁은 골짜기에도
수평의 마음 줄기를 들일 수 있을까
넉넉한 마음 길
크고 깊은 수평의 눈길을 키울 수 있을까
잔물결 일렁이는 수면에 오래 눈 맞추다 물비린내 배인 몸은
어느새 물고기처럼 자유로운 유영으로
한 번의 정지도 없이 쏟아지는 빗속을 내려왔다
수평의 몸으로 내려왔다
*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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