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지나가는 말 [길상호]

초록여신 2010. 12. 30. 10:34

 

 

 

 

 

 

 

 

 

 

 

 

 

새벽 두세 시 무렵

골목을 지나가는 말들 중 간신히

나의 창 쪽으로 고개 돌리는

그런 말 있습니다

이 시간의 목소리는 대개

혀가 꼬여 있기 마련인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다가와

끝내 머리를 치는

그 말은 아주 흔한 것들입니다

가벼운 내 입술을 거쳐

사라졌던 것이기도 해서

언젠가 지나가며 내뱉은 말

너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이런 말도 찾아오겠구나 싶어

급하게 창문을 닫는 것인데

아니다 다를까, 후드득

유리 두드리는 오래된 말들

오늘도 편히 자긴 글렀습니다

 

 

 

* 눈의 심장을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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