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머금은 물기를 다 비워내자
저절로 몸에선 건초향이 났다
물기 걷히며 말라가는 것
말라가는 생애의 스산함은
11월을 닮았다
마른 풀냄새를 내 안에서 만들 수 있다니!
내 생애 가을 숲에선 가지마다 눈부신 단풍잎을 매달고
저 우주의 깊은 입김 휘이익 불어오면
자랑처럼 온몸 흔들리다가 기꺼이 지리라 생각했으나
물기 하나 가두지 않고 그저
우두커니 겨울을 향해 서 있는 시간이
건초 향 가득한 내 안에서 향기롭다
한적한 풀냄새까지 내려놓으려는지
늦가을 들녘은 덮드려 옷섶을 푼다
*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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