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을 피해 들어가 보니
거기 손님은 하나도 없고
혼잣말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었네
말문을 닫아건 채 가게는
어떤 환대도 하지 않았네
실어증을 앓고 있는 주인은
고갯짓으로 주문을 받고
드르륵 바람에 떠는 문도
삐걱삐걱 다리가 아픈 의자도
피ㅡ익 난로 위의 주전자까지
모두 혼잣말의 고수들이었네
선반 위의 TV는 자꾸 말을 바꾸며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았네
후루룩 국수를 다 먹을 때까지
나도 혼잣말이 되고 말았네
눈빛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언제 날이 환하게 갰는지
모든 말발들은 사르르 녹아
천천히 하수구로 흘러들었네
* 눈의 심장을 받았네, 실천문학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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