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단풍도 들지 않고 감잎이 졌습니다
서리가 내리기도 전에 때 이른 얼음이 얼어
홍시가 되기도 전에 까치밥을 차렸습니다
스산한 감나무 아래 그대 까치발로 서 있던 그 자리
누군가 물 위에 쓴 사랑처럼 아무런 흔적 없는
빈 쪽지 같은 사랑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이윽고 그 자리에 붉은 감 하나 떨어졌습니다
ㅡ 『안동소주』, 실천문학사(1999)
* 감나무 잎에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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