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새벽 첫눈을 뭉쳐
바닥에 내려놓았네
그것은
내가 굴리며 살아야 할
차가운 심장이었네
눈 뭉치에 기록된
어지러운 지문 때문에
바짝 얼어붙기도 했네
그럴 때마다
가만히 심장을 쥐어오던
당신의 손,
온기를 기억하는
눈의 심장이
가끔 녹아 흐를 때 있네
* 눈의 심장을 보았네 / 실천문학사, 2010. 9. 27.
길상호 시인의 시들은 눈송이처럼 차면서도 수정처럼 맑다.
마지막 넘어가는 햇살처럼 서러운가 하면 여린 귀를 내놓은 연처럼 아름답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시집의 시들은 시인 스스로 자신의 시의 싹을 튀웠다고 말하는 '구름에서 뛰어내린, 마른 땅에 머리가 터진' 그 수많은 빗방울을 닮았다.
그 빗방울이 내는 소리는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자에게만 그 소리는 많은 것을 얘기한다.
어쩌면 그 소리는 세상의 가장 깊은 데서 들려오는 소리일는지도 모른다.
ㅡ 신경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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