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늬바람에 감꽃이 노랗게 집니다
떨어진 감꽃을 모아 아이와 소꿉놀이를 합니다
감잎으로 부채를 부치며 아이는 좋아라 합니다
감꼭지도 주워와 돌 위에 쌓으며
하나에서 열까지 세어봅니다
가끔씩 바람이 몰려가다 감잎에 걸리면
머리 위에서 왁자지껄 감잎이 떠들고
슬픔을 가리듯 감잎으로 하늘을 가리고
혼자 울던 제 울음소리를 아이는 조금씩 잊습니다
하늬바람에 감꽃이 노랗게 집니다.
ㅡ『접시꽃 당신』, 실천문학사(1986)
* 감나무 잎에 쓴 시 / 엮은이 이주형, 살림터(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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