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 동백이 오셨다고 전화를 한다
남쪽엔 벌써 피었다더라
그 옆에 철쭉도 오셨다 전화를 한다
요샌 아무 때나 철쭉은 피는데 뭐
꽃들이 서랍에서 스위치서 리모콘에서
저것 봐, 달그락 피어나는 싱크대
그랬으면 그랬지라는 말을
시큰둥한 자루에 꽁꽁 묶어넣으며
별일 없지?
세상은 바쁘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백성이 하나뿐인 나라
그가 바로 나인
단 한명의 백성을 위하여 여왕들은 그렇게 왔다 간다
꽃을 접는 잎 속에 다시 일년치의 새 규율이 있다
지켜도 지켜도 아무도 모르는 생일처럼,
커튼이 베란다문이라도 열어두라 눈 흘긴다
짧은 바람이 여행객처럼 왔다 가지만
배낭이 그 시큰둥한 자루를 닮아 있다
* 체크무늬 남자, 창비(201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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