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베고니아 화초가 꽃술을 쫑긋 세운다
딩동!
어항 속 민달팽이 촉수를 쭈욱 뺀다
딩동!
소파에 앉았던 먼지가 뛰어내린다
티브이 안테나 길게 뽑히고
탁자 위 물컵이 출렁
창가의 줄무늬 햇살이 휜다
덜굴무늬 커튼이 힘껏 팔을 뻗는다
벽지 위 꽃잎이 사방연속으로 달린다
흩어졌던 양말이 짝을 찾아 뛴다
일순 방이 깨지며 잔뜩 고였던 고요가
휘돌아 현관으로 폭풍친다
누구세요?
저기 문밖에 어떤,
인기척을 향해 뛰어나갔던 한낮의 발꿈치들
머뭇거리다 사라지는 발자국에
모두들 제자리로
다시 잠잠
방이 그렁 조용해진다
여보세요……
천천히 쌓이는 소란의 두께들
방이 한 겹 더 두꺼워진다
* 체크무늬 남자, 창비(201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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