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VS 인셉션’ 이곳은 환상일까, 현실일까?
한국경제 | 입력 2010.08.26 08:09
[이현아 기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과연 '진짜'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작품,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 소설 '1Q84'는 3주 연속 도서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하루키효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개봉 5주차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인셉션' 또한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으로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소재로 한 이 두 작품은 서로 다르면서도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인셉션' 혹은 '1Q84'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비슷한 시기에 세상으로 나온 두 작품은 닮아있다.
그렇다면 소설 '1Q84'와 영화 '인셉션'이 묘하게 접하고 있는 부분과 이들 두 작품이 이처럼 뜨거운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두 개의 달이 떠있고 리틀 피플이 등장하는 1984년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서로를 마음에 품고 있던 '덴고'와 '아오마메'는 어떠한 계기로 인해 1984년 현실세계와는 조금 다른 1Q84로 들어와 서로를 찾아 나선다.
작가지망생 덴고는 여고생 '후카에리'가 쓴 소설에 매료되어 그의 소설을 다시 쓰게 된다. 덴고가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 번데기'를 쓴 후부터 덴고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가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 번데기'에 등장하는 리틀 피플이 존재하고 달이 두 개 뜨는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긴박하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비해 부족한 개연성과 툭툭 끊어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책을 놓을 수 없는 물음표를 던진다. 이러한 물음표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에도 계속된다.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소설에 등장한 수많은 기호들을 일일이 설명하지도, 완벽하게 이해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만들어놓은 그의 세계는 그의 문체처럼 무심하면서도 흡입력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셉션'
우리가 알고 있는 꿈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손에 잡을 수 없는 환상이다. 그러나 그 꿈에 누군가가 침입하고 꿈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인적이고 부동의 것이 아니다. 즉, 꿈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인셉션'은 이러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영화다.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는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훔치는 도둑으로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상대방의 꿈을 통해 정보를 입력시키는 '인셉션'을 수행하기 위해 팀을 모은다. 영화 '인셉션'은 복잡한 플롯,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징적 기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OST와 화려한 CG로 관객들로 하여금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영화다.
인셉션은 환상을 꿈이라고 정확히 명시하는 반면 1Q84는 현실세계와 환상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의 환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특히 1Q84에서는 단순히 리틀 피플과 두 개의 달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삽입했을 뿐 이들이 이야기 자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인셉션이나 1Q84에서 작가는 오히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독자가 영화 속에서처럼 토템을 확인하게 하거나 하늘을 바라보고 자신이 현실에 있는지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호한 환상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세계에 발을 디디려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와 안도감을 느낀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을 경험하길 원하는 독자와 관객들이지만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즈를 찾는 도로시처럼, 독자와 관객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은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인셉션'은 관객들이 흔들거리는 팽이를 바라보며 어서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눈을 꼭 감은 상태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러한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주면서도 또 한편으로 무한한 여운과 가능성을 남긴다.
1Q84 또한 마찬가지이다. 왠지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찝찝한 마무리는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스토리 전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실현케 한다. 독자나 관객 나름의 해석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새로운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상이라는 것은 원래 그렇다. 환상에 또 다른 환상을 덧댈 수는 있지만 '여기가 끝이야'라고 마침표를 찍는 순간 환상은 그저 그렇고 그런 진부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이 때문에 이러한 열린 결말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오히려 관객과 독자들에게 더 강하게 남아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계가 현실인지 꿈 혹은 2Q10인지 의심하게 한다. 이것이야 바로 작품이 독자와 관객에게 남긴 '인셉션' 아닐까.
(사진출처: 소설 '1Q84' 표지, 영화 '인셉션' 포스터)
한경닷컴 bnt뉴스 기사제보 hyuna@bntnews.co.kr
그렇다면 소설 '1Q84'와 영화 '인셉션'이 묘하게 접하고 있는 부분과 이들 두 작품이 이처럼 뜨거운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작가지망생 덴고는 여고생 '후카에리'가 쓴 소설에 매료되어 그의 소설을 다시 쓰게 된다. 덴고가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 번데기'를 쓴 후부터 덴고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가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 번데기'에 등장하는 리틀 피플이 존재하고 달이 두 개 뜨는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긴박하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비해 부족한 개연성과 툭툭 끊어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책을 놓을 수 없는 물음표를 던진다. 이러한 물음표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에도 계속된다.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소설에 등장한 수많은 기호들을 일일이 설명하지도, 완벽하게 이해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만들어놓은 그의 세계는 그의 문체처럼 무심하면서도 흡입력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셉션'
우리가 알고 있는 꿈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손에 잡을 수 없는 환상이다. 그러나 그 꿈에 누군가가 침입하고 꿈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인적이고 부동의 것이 아니다. 즉, 꿈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인셉션'은 이러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영화다.
인셉션은 환상을 꿈이라고 정확히 명시하는 반면 1Q84는 현실세계와 환상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의 환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특히 1Q84에서는 단순히 리틀 피플과 두 개의 달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삽입했을 뿐 이들이 이야기 자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인셉션이나 1Q84에서 작가는 오히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독자가 영화 속에서처럼 토템을 확인하게 하거나 하늘을 바라보고 자신이 현실에 있는지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호한 환상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세계에 발을 디디려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와 안도감을 느낀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을 경험하길 원하는 독자와 관객들이지만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즈를 찾는 도로시처럼, 독자와 관객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은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인셉션'은 관객들이 흔들거리는 팽이를 바라보며 어서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눈을 꼭 감은 상태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러한 영화의 결말은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주면서도 또 한편으로 무한한 여운과 가능성을 남긴다.
1Q84 또한 마찬가지이다. 왠지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찝찝한 마무리는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스토리 전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실현케 한다. 독자나 관객 나름의 해석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새로운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상이라는 것은 원래 그렇다. 환상에 또 다른 환상을 덧댈 수는 있지만 '여기가 끝이야'라고 마침표를 찍는 순간 환상은 그저 그렇고 그런 진부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이 때문에 이러한 열린 결말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오히려 관객과 독자들에게 더 강하게 남아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계가 현실인지 꿈 혹은 2Q10인지 의심하게 한다. 이것이야 바로 작품이 독자와 관객에게 남긴 '인셉션' 아닐까.
(사진출처: 소설 '1Q84' 표지, 영화 '인셉션' 포스터)
한경닷컴 bnt뉴스 기사제보 hyuna@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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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영화 <인셉션>을 보았고 소설 <1Q84> 3권을 모두 읽었기에 공감되는 바 있어 기사를 복사해왔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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