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어탕국수집 그 여자, 아무 데나 푹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노을 강변에 솥을 걸고 어탕국수를 끓일 때, 김이 올라와서 눈이 메워서 솥뚜껑을 들고 고개를 반쯤 뒤로 빼고 시래기를 휘저을 때, 그릇그릇 매운탕을 퍼 담는 여자를, 애 하나를 들쳐업은 여자를, 머릿결이 치렁치렁한 여자를
아무 데나 픽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검은 승용차를 몰고 온 사내들은
버드나무를 잘 앍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그 여자의 뒤태를 훔치고
입 안에 든 어탕국수 민물고기 뼈 몇 점을
상 모서리에 뺃어내곤 했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시 2010, 현대문학(2010. 7.)
예부터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 버드나무는 아름다운 여자와의 이별을 뜻한다. 생긴 모습이 우선 아름다운 여자와 같다. 그리고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버들가지를 꺾어주며 가는 곳에 심어두고 자라면 자기를 보는 듯이 보면서 자기를 잊지 말라는 의미가 있다. 이 시에서 버드나무집 여자는 좀 다른 분위기다. 특별히 예쁘지도 않으면서 묘하게 남자의 눈길을 끄는 그런 여자, 거친 삶에 익숙해져 있는 대담함 같은 것이 있는 여자.
ㅡ 해설, 이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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