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육체라는 푸줏간 [송재학]

초록여신 2010. 6. 6. 08:57

 

 

 

 

 

 

 

 

 

 

 

당신이 팔려는 눈동자엔 수심(水深)이란 게 있다

그게 눈물인지 허기인지 불분명하다

대체로 상등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곗소리가 들리던 당신의 뇌라면

은어가 거슬러 갈 만한 혈관조차 막혔기 십상이다

하긴 상관없겠지 그건 허황한 꿈의 대용품이니까

당신을 위해 죄의식을 짊어졌던 두 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없으니 괴로웠던 두 팔은

내 푸줏간의 길잡이 노릇을 시키리라

양 손바닥에 구더기 떼가 오글거리는 가려운 하루만 견딘다면

장물아비 카페의 불빛이 이빨 마주치며 당신을 기다린다

온갖 물질을 떠받쳤던 두 다리, 입이 없어 단 한 번도 웃지 못하고

평생 무게만에 골몰했던 부자유에게도 셈을 치를 생각이다

이것저것 떼버리고 나면 당신에게 남는 건 모진 뼈뿐일 터인데

그마저 구멍 숭숭 뚫린 피리로 고쳐 이 장물아비에게 넘기고자 한다면

당신은 거절하지 못하리라

 

 

 

* 진흙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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