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헤이, 나팔꽃 [최정례]

초록여신 2010. 6. 6. 08:51

 

 

 

 

 

 

 

 

 

 

 

왜 그때 느닷없이 다가와 나발을 불었니

왜 꽃에 나팔이 붙어 이름이 되었니

 

 

덩굴손 끝에

전해 전해 건너와서는

누구의 말을 전하려는 거니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돌무데기, 몸

무너지거나 말거나 생각의 덩굴속은

수백 번 기어가다 돌아왔었지

 

 

올 여름엔 나팔꽃을 심으려구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나팔꽃만 심으려구

 

 

생각의 흡협귀

원망의 덩굴손

감고 휘돌아

갈 때까지 가보라구

 

 

받침대를 세우고 줄을 엮어

화분 밑에 박힌 돌멩이 딛고

기어올라 보라구

조삼모사 뿌려주는 거 이슬인 줄 알고

다 받아 마시라구

 

 

헤이, 나팔꽃

아침마다 일어나 나발을 불라구

무작정 기어오르게 내버려 둘 테니

그 일만 하라구

 

 

 

* 레바논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