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때 느닷없이 다가와 나발을 불었니
왜 꽃에 나팔이 붙어 이름이 되었니
덩굴손 끝에
전해 전해 건너와서는
누구의 말을 전하려는 거니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돌무데기, 몸
무너지거나 말거나 생각의 덩굴속은
수백 번 기어가다 돌아왔었지
올 여름엔 나팔꽃을 심으려구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나팔꽃만 심으려구
생각의 흡협귀
원망의 덩굴손
감고 휘돌아
갈 때까지 가보라구
받침대를 세우고 줄을 엮어
화분 밑에 박힌 돌멩이 딛고
기어올라 보라구
조삼모사 뿌려주는 거 이슬인 줄 알고
다 받아 마시라구
헤이, 나팔꽃
아침마다 일어나 나발을 불라구
무작정 기어오르게 내버려 둘 테니
그 일만 하라구
* 레바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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