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냄비 안에 떨어진 한 닢의 우연한 금화
이것은
모서리 깨진 달의 작은 바퀴였다가
죽은 새 위장에 남은 숲의 여문 씨앗이었다가
사라진 코끼리거북의 마지막 발자국이었다가
내 잔등에 희미한 삼심할미 손자국, 씻겨나간 그 푸른 얼룩이었다가
혹과 혹 사이에 유목민 아이를 태우고 가는 암컷 쌍봉낙타 눈에 비친 고비의 아름다운 신기루였다가
종이거울 속에서 만남 거리여인 초상이었다가
일없이 수런대는 붉나무 야윈 그늘이었다가
녹슨 열쇠였다가
구부러져 흐르는 빛과 직진하는 이곳 시간과
흔들리는 당신의 눈,
나를 밟고 나를 지나 끝없이 나에게로 가는
닳아 문드러진 우리 산책에는 다행히
반납해야 할 슬픔의 지문이 따로 남아 있지 않으니
이것은
소금우물을 찾아가는 늙은 마방들의 말방울 소리였다가
기도였다가, 한 잎 마른 빵조각이었다가
* 여우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사랑 11주년, 시사랑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0) | 2010.05.25 |
---|---|
예언 [김명인] (0) | 2010.05.23 |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 [백무산] (0) | 2010.05.23 |
징 [이선영] (0) | 2010.05.16 |
연꽃 못에 갔었네 [이선영] (0) | 2010.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