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잎 같은 두껍고 좁은 잎, 대나무를 연상케 하는 가는 줄기, 복숭아꽃 색깔과 같은 화려한 꽃
나를 유도화라 부르는가 꽃이라 하는가
일러두건대 나는, 허울은 꽃이로되 꽃을 피운 독이다
안에서 울컥거리는 독기를 가누다 못해 입술 깨물어 꽃이 돼버린
세상 모든 땅이 다 나를 자라게 할 따스한 흙을 일구고 있는 건 아니구나
아니면 내가 잔뜩 도사린 꽃이든지
꽃의 허망을 살아갈수록
허망의 아름다움에 집착할수록
더욱 혀끝에 감겨오는 독의 감칠맛
독의 기운이 온몸을 비틀며 퍼져오를 때 나는 더 붉고 화려하게 꽃핀다
내게 다가오지 마라 다가와서 나를 함부로 꺾으려 하지 마라
나는 언제든 너를 향해 내뱉을 독극물, 때로 내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도록 삼키고야 말 독극물이
입안 가득 고여 있는 꽃이다 독의 뜨끈함으로 불끈불끈 피어오르는
* 일찍 늙으매 꽃꿈,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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