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꽃이 피는구나! [이선영]

초록여신 2010. 4. 30. 09:45

 

 

 

 

 

 

 

 

 

 

 

나는 내 책상 위에 조그만 해바라기와 장미 화분을 사다놓았다

물을 주지 않아도 그 꽃들은 시들거나 지지 않는다

그것은 필 줄도 질 줄도 모르는 종이꽃,

피어 있는 채로 영원히 멎어버린 꽃이다

 

 

아, 목련이 피는구나! 으아, 목련이

지는구나!

자연의 손이 부풀려올리고 그 손으로 다시 털어내는 자연의 꽃,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꽃에 내 마음은 닳도록 속고

 

 

도회의 양식 인류인 나의 딱딱하고 차가운 손이 꽃송이들을 지게 할까봐

내 손은 살아 있는 꽃들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 일찍 늙으매, 꽃꿈 /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