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책상 위에 조그만 해바라기와 장미 화분을 사다놓았다
물을 주지 않아도 그 꽃들은 시들거나 지지 않는다
그것은 필 줄도 질 줄도 모르는 종이꽃,
피어 있는 채로 영원히 멎어버린 꽃이다
아, 목련이 피는구나! 으아, 목련이
지는구나!
자연의 손이 부풀려올리고 그 손으로 다시 털어내는 자연의 꽃,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꽃에 내 마음은 닳도록 속고
도회의 양식 인류인 나의 딱딱하고 차가운 손이 꽃송이들을 지게 할까봐
내 손은 살아 있는 꽃들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 일찍 늙으매, 꽃꿈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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