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마녀의 저녁 식사 [김지녀]

초록여신 2010. 4. 13. 19:59

 

 

 

 

 

 

 

 

 

 

 

바람이 사람들을 몰고 다녀요

갓 구운 빵 냄새가 가득한 길에서

사람들은 집으로 가는 길을 정해요

약국을 지나 서점을 지나 오래된

육교 위에 멈춰 선 그림자 위로

바람이 불고 하늘이 까맣고

그림자는 남쪽으로 걷지요 동시에

난 북쪽으로 떠나요

슬픈 얼굴로 그림자를 향해 안녕,

크게 손을 흔들며 안녕,

그림자와 멀어질수록 자꾸 웃음이 나요

이 길의 풀과 나무들은 모두 바삭하지요

나무에서 나를 노려보는 샛노란 눈깔들

그 눈깔들을 따서 톡톡 터트려 먹어요

내 요리책에는 천 가지 표정이 들어 있어요

가다가 심심하면 빨간 망토를 입고

썩은 나무 밑동에서 자란 독버섯으로

수프를 끓일 거예요

작년에 핀 잎사귀로

저녁의 식탁을 차릴게요

그림자가 길 저편에서 까만 하늘을 부리는 동안

나는 냄새가 사라진 빵을 먹으며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려요

이 길에는 바람이 불지 않아요

 

 

 

 

* 시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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