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리의 혈통은 오래다
거리 모퉁이 오래된 등나무 그늘이
내 집이다 등을 쓰다듬으며 햇빛은
나를 잠재우고 또 깨우고
나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아버지의 발등을 간질이고 있다
아침마다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기고
아버지는 사람들의 얼굴에 날개를 달아 준다
아름다운 날개를 펄럭이며
사람들은 간혹, 강을 건너 돌아오지 않고
날마다 꽃은 피고
아이가 태어나고
아버지는 오늘도 내 탯줄을 자른 가위로
사람들의 표정을 오렸다 붙였다 한다
샹들리에처럼 등꽃이 반짝할 때마다
얼굴들, 날아가고
그러나 이 거리의 혈통은 오래이고
옷깃을 스쳐선 안 된다, 아버지는 말한다
* 시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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