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장지(葬地)로 떠난 빈집 앞
굴착기는 하루종일, 고대의 저탄(貯炭) 같은
아스팔트를 뚫고 있다
쉬지 않고 털털거리는,
낡은 헬리콥터,
천년 묵은 적설, 혹은 빙하처럼,
뭉게구름 한 대가
막 낮아진 하늘을 횡단하고 있다
4월의 정오
구름의 파란 옆문이 벌컥 열리고
일제히 노란 낙하산을 펴며
서서히 지상으로 투입되는
젖은 눈알들
텅 빈 마당 위로 완전무장한 채 내려앉는
붉은 눈알들
빛의 잔인한 병력(兵力)들
* 국경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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