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샘이 되었다
우주의 곳곳에 숨어있는 시의 물줄기를
내 몸에 담아내어 아이들에게 흘려보내는 나는
아이들 앞에만 서면 늘 출렁거린다
아이들은 시인 샘이 신기한지
즈이들끼리 샘의 깊이와 투명도를 측정해보고
문득문득 자신의 얼굴을 샘에 비춰보곤 하였다
샘도 어디론가 기울어져야 흐를 수 있다고
나는 마음을 기우뚱 기울여도 보고
이름 모를 풀꽃 사이를 흘러가다가
부러진 꽃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기도 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시를 쓸 때는 비유가 생명이라고
비유는 물 표면에 비친 하늘 같은 것이라고
문득 나를 열어 푸른 하늘을 받아내기도 하다가
샘! 하고 부르는 맑은 풀꽃의 눈빛에
화르르 깨어나 출렁거리며
먼 먼 바다보다 강물보다 먼저 풀꽃 쪽으로 끝내
기우뚱 기울어지고 마는 나는,
* 고장 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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