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미선이는 언어치료사다
얼마 전 그녀가 틈틈이 번역한 책을 보내왔다
「삼킴 장애의 평가와 치료」
희덕아. 삼켜야만 하는 것, 삼켜지지
않는 것, 삼킨 후에도 울컥
올라오는 것…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삼킬 수 있음에 늘 감사하자. 미선.
입 속에서 오래 뒤척이다가
간신히 삼켜져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
기회만 있으면 울컥 밀고 올라와
고통스러운 기억의 짐승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삼킬 수 없는 말, 삼킬 수 없는 밥, 삼킬 수 없는 침,
삼킬 수 없는 물, 삼킬 수 없는 가시, 삼킬 수 없는 사랑,
삼킬 수 없는 분노, 삼킬 수 없는 어떤 슬픔,
이런 것들로 흥건한 입 속을
아무에게도 열어 보일 수 없게 된 우리는
삼킴 장애의 종류가 조금 다를 뿐이다
미선아. 삼킬 수 없는 것들은
삼킬 수 없을 만한 것들이니 삼키지 말자.
그래도 토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자. 희덕.
* 2010 좋은시, 삶과 꿈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 [박남희] (0) | 2010.03.29 |
---|---|
머리카락의 자서전 [박남희] (0) | 2010.03.29 |
이별의 속도 [박남희] (0) | 2010.03.26 |
망가진 생일 케이크 [이병률] (0) | 2010.03.26 |
붉은 마침표 [이정록] (0) | 2010.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