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위험하다
그럴 때 구름이 안개가 되려는 발상은 더욱 더 위험하다
안개는 지워야 할 것과
지워서는 안 될 것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구름은 그냥 구름이면 된다
그러므로 나는 그냥 나이면 된다 구름 사이로
첫사랑이 지나갔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 모두 옛일이다
구름은 늘 무언가 쏟아내야 할 말들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구름 곁에 구름을 세워두는 일
구름과 구름이 만나 빗줄기를 쏟아내는 일
천지에 천둥과 번개를 가득 채우는 일
그런 계절을 그냥 여름이라고만 말해서는 안된다
뜨겁다고 축축하다고 다 여름은 아니니까
그러므로 여름이 비를 몰고 온 건 아니다
그건 모두 알 수 없는 구름의 일
가령 꽃 같은 것이 문득 구름을 아무데나
우두커니 세워두는 일을
계절의 언어로는 쉽게 해명할 수 없다
구름 밑의 흙이 축축해지는 것도 구름의 일
그러니까 사랑은 구름의 일
그 후에도 구름은 종종
그곳에 빗줄기를 오래 세워둔 적이 있다
* 고장 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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