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자상한 시간 [이병률]

초록여신 2010. 2. 25. 10:11

 

 

 

 

 

 

 

 

의자가 앉으려 하고 있다

 

 

사람은 사람을 서로 아프게 하여

스스로 낫기도 하겠다는데

나는 한사코 혼자 앓겠다는 사람 옆에 있다

 

 

의자는 의자에 앉으려 애쓰고 있지만

꽃과 이 사람은

무엇을 애써 누르려 한 적도

살겠다다고 애쓰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어둠이 소금처럼 짠 밤에

병이란 것과

병이 아닌 것을 아는 시간이 뜨겁게 피었다

 

 

의자를 의자에 앉힐 수 없어

풀과 나무들과

공기들의 땀 냄새를

마시고 녹이는 사이

 

 

그 바깥은

죽을 것처럼 맞춰진 시간들이

다시 죽을 것처럼 어긋나고 있었다

 

 

까치야

소용없단다

이 밤에 아무리 울어도

기쁜 일은 네 소관이 아니란다

 

 

 

* 찬란 / 문학과 지성사,2010. 2.

 

 

……

봄비가 예쁘게 내리는 오늘,

검은 봉지를 들고서

누군가가 '똑똑똑' 노크할 것만 같습니다.

그 검은 봉지의 즐거움으로 자상한, 따뜻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상한 시간을 꿈꾸며,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