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독을 치유하기 위해
호흡기 떼는 법을 누군가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은 마뜩치 않은 일.
삼 년에 한 번 꽃피는 빙설미나리아재비의
속내 속으로 잠적한 그대여,
치골(齒骨)의 통증 곁으로 다가선 추위가 정말 환하다.
뿌리는 마음의 중심에 두고
밖으로 밖으로만 달아나 아슬하게 꽃대를 세우는 는개,
나는 갈라진 암벽의 틈새에서
꽁꽁 얼어 있는 시간과 대면하는
빙설미나리아재비의 씨앗이 되고 싶었다.
아린 흉부를 감싼 채
목련꽃 그늘에 누워 심폐소생술을 받는 그대를 상상한다.
따스함 같은 낯선 서사를 받아들이면
그대는 나를 놓고, 나는 그대를 버려야 하리.
희고 찬 눈발의 행간에서
너는 너를 꺼내고 나는 나를 꺼내야 하리......
붉은 노을의 동공에서
나는 노란 혀를 내밀어 슬픔을 말랑말랑하게 무두질하는
어둠 속 너를 읽는다.
두 손을 모으고
뒤란이 궁금한 어느 저녁으로 발을 옮기는 산정의
흰 얼음숭어리들을 깨물어본다.
뻔히 보이는 길을 두고
어딘가로 자꾸 바람을 끌어들여 호흡을 데우는 꽃들이
서로에게서 서로를 지우고 있다.
그렇다. 환한 박명(薄明)이로구나.
저처럼 온전한 적멸(寂滅)이라니, 나는 언제야
제 몸속의 독으로 독을 치유하는 지극에 이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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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설미나리아재비: 알프스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ㅡ 기 발표작
한석호
1958년 경남 산청 출생. 200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현재 서울 중부경찰서 재직.
* 2010 젊은 시 / 문학나무, 2010.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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