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되게 앓을 때마다 그랬다,
불완전함이 남아있어 그렇다고 이리저리 깎아내어 딱 들어맞는
맞춤형을 세상은 원하기 때문이어서 사람들은 철들기 위해 자주 아프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 단씩 뭉그러지는 것 보수하느라 몸은 밤낮없이
끓을 때가 있는데 생애 가장 거짓 없는 순간이라고
하마, 그럴지도 모르지
한 사람 벌목하는 일 그럴 때마다 흘러나오는 입술 사이의 단내들
내가 만들어지고 남은 폐품들 연소시키느라 그토록 달아올랐던 것
어느 날 우연찮게 본 무의도, 그것에 반해 늑골 아래 비밀리 숨겨놓고
언젯적 그대를 만난 듯, 다시 금형을 뜨고 칠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한동안 철야를 하다 들통나버리고
오늘도 한차례 고열 지나갔다
어디쯤 아귀가 맞지 않는 건가보다 얼마나 빨리 닳아버리는 생인지
여벌의 나를 만드느라 공장엔 나도 모르는 일이 숱하게 벌어지고
무의도처럼 누군가의 부속품으로 끼워질 그런, 돌발적인 일도 견적으로
매겨지는, 어떤 모습의 내가 다음을 차지할지 장담 못하지만
그걸 폐쇄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 살꽃이 피다, 문학의 전당(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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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해
2003년 『시안』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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