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에서 터지던 사과탄은 붉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둥글고 주먹만 한 회색빛 사과탄은 그 매운
최루 가스만큼이나 붉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과수원에 이르러, 우리는 쉬이 잊혔던
지난날 어떤 사소한 기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돌팔매처럼 먼 전선으로부터 날아왔다는 것
날아와선 꽃씨 주머니처럼 인정사정없이 터졌다는 것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아직 꽃밭이 아니어서 그걸 도로 집어던지기도 했다는 것
과수원은 사과 따기가 한창이었다
그중 어떤 건 이 계절 내내
가지에 매달려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는 발아래 사과 하나를 주워 들었다
대체 누가 이 사과의 핀을 뽑아버렸을까
사과는 붉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큼 붉다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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