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밥 때가 지나 [김영산]

초록여신 2010. 1. 1. 12:30

 

 

 

 

 

 

 

 

 

 

 

밥 때가 지나

식당 저 편이 환하다

 

 

밥 때가 지나

밥 때가 지나

속이 아린 말 아껴두고, 동그마니

딸아이와 아버지가 앉아 있다

식당에선 외식이라 여기겠지만

밥 위에 고기를 얹어주는

어린 딸을 보는 흐뭇한 눈, 흐뭇한 먼 눈

 

 

밥 때가 지나

밥 때가 지나

식당이 붐비지 않고 고요한 것은

거룩한 식사는 아껴두고, 몇 끼 아껴두고

눈 먼 조기 같은 아버지 눈

한 상 푸짐히 차려 놓으라

 

 

 

 

 

* 冬至, 천년의 시작(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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