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초록여신 2010. 1. 1. 12:15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 지성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