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달빛이 무색하게 들썩이며 번쩍거리는 목포를 돌아 고향으로 가는 길 물오른 처녀 방댕이처럼 탱탱한 둥근 달, 몸뚱이가 환장한다
쫄망쫄망한 아이들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것처럼 빙 둘러 티 하나 없이 까만 산봉우리들 경계 위로 보름달은 더욱 빛을 발하고 덩달아 내 몸 色色이 투명해진다 들뜬 택시기사 얼굴을 어루만지는 터질 것 같은 저 달, 아, 무섭도록 사랑의 기운이 충만해지며 숨소리마저 잦아들고, 토란잎 위에 또로록 굴러다니는 작은 물방울들처럼 총총한 별들은 내리쏟아지며 은빛 꿈을 잉태시키는데 저 까만 산그림자 아래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풍성한 달빛 온몸으로 받아 그빛으로 사랑을 나누어보았으면, 흔적도 없이 달의 정령이 되었으면......
* 반성하다 그만둔 날, 실천문학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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