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의자, 문학과지성사(2006)
.......
부모님께서 평생의 의자이자 후원자였듯이
힘들고 기쁜 세상을 살아가다가
가끔
쉬어가고 싶을 때
그 필요한 존재가 <의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외에게도 호박에게도 의자인 똬리가 필요한데
인간에게야 오죽 그 필요성이 많을까 합니다.
시사랑이
공원에 있는 긴 의자처럼
좋은 풍경이자 쉼터이자 비타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자에 잠시, 초록여신)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울타리 [정복여] (0) | 2009.09.01 |
---|---|
그네 [문동만] (0) | 2009.09.01 |
저 꽃이 불편하다 [박영근] (0) | 2009.08.31 |
지옥 [정현종] (0) | 2009.08.31 |
맑은 날 [나희덕] (0) | 200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