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내 긴 머리카락으로
당신들의 책상을 훔쳤어요
당신들은 꼬리를 서랍 속에 넣고 닫고
하루 종일 내 긴 머리카락으로
당신들의 구두를 치웠어요
당신들은 혀를 여기저기 흘리고 밟고
내 목이 바닥으로 길게 늘어진 오후
서랍에서 꼬리가 빠져나오고
바닥에서 혀가 쑥쑥 자라나요
내 그림자는 세상에서 가장 긴 나무의 오후
빌딩 속에서 나무가 일어선다
길게 그림자가 뻗는다
유리창을 통과하고 도시를 덮는다
그림자 속에서 새가 날고
그림자 속에서 강이 흐르고
그림자 속에서 바람이 불고
나무 그림자는 동시에 새 그림자
새 그림자는 동시에 강 그림자
강 그림자는 동시에 바람
오후의 머리카락이 지평선까지 풀리다
지평선 위에 흐르는 새
지평선 위에 나는 강
지평선 위에 바람
빌딩 속에서 책상들이 나무를 자른다
눈이 아래로 떨어지는 나무는
지평선을 거둔다
유리창으로 날아드는 구두
유리창으로 달라붙는 혀
유리창으로 뛰어드는 꼬리
검고 붉은 창가에서
나무의 오후
* 세상에서 가장 긴 나무의 오후 / 문학과지성사, 2009. 7. 24.
.......
그동안의 고요을 깨고 일상으로 복귀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휴가는 자연 속에서 인공의 터치를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이리라 믿으며...
그 자연의 품에서 얻은 풍성한 것들을 마음껏 먹으며 지냈던 하늘 아래 일 번지는 낙원이였습니다.
(다시 일상- 오후의 품으로, 초록여신)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은 어디서나 싹튼다 [정현종] (0) | 2009.08.08 |
---|---|
섶섬이 보이는 방 [나희덕] (0) | 2009.08.08 |
시가 막 밀려오는데 [정현종] (0) | 2009.08.06 |
꽃 시간 2 [정현종] (0) | 2009.08.06 |
슬프다 [정현종] (0) | 200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