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꽃 시간 2 [정현종]

초록여신 2009. 8. 6. 23:27

 

 

 

 

 

 

 

 

 

 

금세기의 우리들이여

시간을 잃은 지 오래되지 않았는가.

생각해보자, 예컨대

돈과 기계에 마비되어

바삐 움직이면서

시간을 돈 쓰듯 물건 쓰듯 쓰기만 하고

시간 자체!를 느끼는 일은 전무한 듯

하니, 시간의 꽃인 그 시간 자체는

어떻게 되었는가.

시간 자체를 느낄 때에만 피는 그 꽃

그 꽃의 향기 없이는,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코 없이는

인생살이도 이 세상도 허섭스레기일 뿐인데

시심(詩心)에서나 겨우 그 꽃 그

꽃 시간은 희귀하게 동터오니

이미 망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미 망한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여지없이 망한 인생임에 틀림이 없다.

 

 

 

 

* 광희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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