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돼지의 무기 [고영]

초록여신 2009. 7. 26. 22:11

 

 

 

 

 

 

 

 

 

 

꿈에서도 보지 못한 돼지를

춘천 가는 도로 위에서 보았다

 

 

달리는 돈사豚舍,

돼지를 실은 트럭을 추월하려다

문득 지갑에 든 복권 두 장이 마음에 걸려

속도에 제동을 건다

 

 

평생 체중에 끌려 다니다

마침내 몸집을 버리러 가는 돼지들

과속에 익숙해진 도로 위에서

오줌을 갈기고 있다

 

 

말라붙은 꼬랑지를 흔들며

곧 서늘해질 목을 흔들며

웃는 연습을 하고 있는 돼지여

 

 

너의 웃는 얼굴로

행여 누군가 대박을 꿈꾸더라도

마지막에 웃는 돼지여

 

 

너의 얼굴이

너의 유일한 무기였으니

너는 영원히 미소로 남게 됐으니

 

 

 

 

*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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