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지만
영혼이 부실할 때 그릇이라도 튼튼하면
그것의 도움으로 식탁에 남을 수 있으리
이것은 누가 차려놓은 식탁인가
홈마다 묵은 때가 기고
장식무늬도 벗겨진 그릇은
세제를 묻혀 말끔하게 가꾸면
제 몫을 할 수 있겠지만
한 번 깨진 그릇이나
얇은 금이라도 간 그릇은
절대 식탁에 오를 수 없으므로
그릇의 도움으로 한세상 살아보려
영혼이 조금 부실해도
밥을 먹고 또 먹고
국을 먹고 또 먹고
이것은 또 누가 차려놓은 식탁인가
내가 차릴 수 없는 식탁
세상은 항상 다른 사람에 의해 차려지고
나는 부실한 영혼 담은 튼실한 그릇으로
식탁에 오르고 또 오른다
* 모래를 먹고 자라는 나무, 천년의시작(2009.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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