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그릇의 도움으로 [오채운]

초록여신 2009. 6. 28. 18:14

 

 

 

 

 

 

 

 

 

 

육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다지만

영혼이 부실할 때 그릇이라도 튼튼하면

그것의 도움으로 식탁에 남을 수 있으리

이것은 누가 차려놓은 식탁인가

 

 

홈마다 묵은 때가 기고

장식무늬도 벗겨진 그릇은

세제를 묻혀 말끔하게 가꾸면

제 몫을 할 수 있겠지만

한 번 깨진 그릇이나

얇은 금이라도 간 그릇은

절대 식탁에 오를 수 없으므로

 

 

그릇의 도움으로 한세상 살아보려

영혼이 조금 부실해도

밥을 먹고 또 먹고

국을 먹고 또 먹고

이것은 또 누가 차려놓은 식탁인가

 

 

내가 차릴 수 없는 식탁

세상은 항상 다른 사람에 의해 차려지고

나는 부실한 영혼 담은 튼실한 그릇으로

식탁에 오르고 또 오른다

 

 

 

 

 

* 모래를 먹고 자라는 나무, 천년의시작(2009.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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