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접었다 펼친다. 하늘을 덮은 꽃뱀의 화려한 허물, 펼쳤다 접는다. 귓속을 어지럽히는 간드러진 밀어, 접었다 펼친다. 눈앞에서 날름거리는 붉은 혓바닥, 펼쳤다 접는다. 식은땀에 젖은 몸뚱어리, 접었다 펼친다. 제발 네가 아니기를, 제발 꿈이 아니기를...... 펼쳤다 접는다, 꽃뱀을 따라 들어간 몽유도원, 접었다 펼친다. 머리통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아가리, 펼쳤다 접는다. 달콤한 입맞춤...... 접었다 펼친다. 제발, 나를, 깨끗이 먹어치우기를 고대하고 고대하면서 펼쳤다 접는다. 감춰진 꽃뱀의 이빨을 접었다 펼친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너의 얼굴, 펼쳤다 접는다. 랄랄라, 랄랄라 하면서 접었다 펼친다. 펼쳤다 접는다.
*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 문학세계사, 2009.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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