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죽 너머 길가에 패랭이꽃 여자가 피어 있다
여자 나이는 마흔쯤 됐겠다 꽃잎 속눈썹은 삐뚤, 꽃 모가지는 빼뚤,
그런 그 여자의 삐뚤빼뚤한 길을 따라 염소들은 오늘도 학교엘 가는데,
보나마나 오늘 듣고 쓰기 시간 염소들 글씨도 삐뚤빼둘
그 주위 풍경도 더는 참지 못하고 공장 꿀뚝 연기도
삐딱, 앞을 휑하니 지나간 택시의 먼지구름도 삐딱,
부스스 여자는 몸을 일으킨다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
길 가는 누군가 패랭이꽃을 물으면 여자는 자기의 아랫도리를 보여준다
성긴 잎과 줄기, 초록 목발로 서 있는 패랭이 패랭이 패랭이......
그 여자의 몸에 다보록 패랭이꽃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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