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작은 밥집에서 추어탕을 먹다 놀란다
여름과 가을 사이 하루 걸러 내리는 비로
늘 예감으로 붓던 환절기의 목젖이 삭아버려
해묵은 수첩 속의 이름과 주소처럼
사람도 계절도 그냥 잊고 살았는데
국 속에 담겨온 뜨거운 가을에 놀란다
여름 가면 가을 오고 가을 가면 겨울 오는 것이
무심히 흘러가고 흘러오는 시간의 길이지만
이름 가지지 못한 미꾸라지들이
제 몸으로 스며드는 길을 감추지 않고
국 속으로 어루숭어루숭한 가을 풀어놓아
가만히 들고 있는 숟가락이 자꾸만 뜨거워진다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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