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外界

[스크랩] 시 모음...자두

초록여신 2009. 6. 12. 21:13

자두나무 정류장  
 박성우

 

 

 

  외딴 강마을

  자두나무 정류장에

 

  비가 와서 내린다

  눈이 와서 내린다

  달이 와서 내린다

  별이 와서 내린다

 

  나는 자주자주

  자두나무정류장에 간다

 

  비가 와도 가고

  눈이 와도 가고

  달이 와도 가고

  별이 와도 간다

 

  덜커덩덜커덩 왔는데

  두근두근 바짝바짝 왔는데

  암도 안 나와 있으면 서운하니까

 

  비가 오면 비 마중

  눈이 오면 눈 마중

  달이 오면 달 마중

  별이 오면 별 마중 간다

 

  온다는 기별도 없이

 

  비가 와서 후다닥 내린다

  눈이 와서 휘이잉 내린다

  찰바당찰바당 달이 와서 내린다

  우르르 뭇별이 몰려와서 와르르 깔깔 내린다

 

  북적북적한 자두나무정류장에는

  왕왕, 장에 갔다 오는 할매도 허청허청 섞여 내린다 

 

 

 

  

 

 

흰자두꽃 

 문태준

 

 

 

손아귀에  힘이  차서  그 기운을 하얀꽃으로 풀어놓은

자두나무 아래

못을  벗어나  서늘한  못을 되돌아보는 이름모를 새의

가는 목처럼

몸을  벗어나  관으로  들어가는 몸을 들여다보는 식은

영혼처럼

자두나무의 하얀 자두꽃을 처량하게 바라보는 그 서글

픈 나무 아래

곧 가고 없어 머무르는 것조차 없는 이 무정한 한낮에

나는 이 생애에서 딱 하번 굵은 손벼마디 같은 가족과

나의 손톱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자두꽃빛에 대하여

나 희 덕

 

 

 


자두꽃빛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꽃은 열매의 외연일 뿐일까
열매가 맺힐 때까지만 유효한
그 후로는 잊혀지는

흰 꽃을 빌어
태어나는 붉은 열매
스스로를 찢고 나온 피투성이

자두꽃빛을 희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고요한 자궁 속 양수의 빛깔
젖빛 같기도 하고 흰빛 같기도 한,
자궁이 터지는 순간 붉게 물드는 강물과도 같은

비 내리는 봄날
자두꽃 만발한 산길을 따라 적천사에 오른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없다, 이미 구름처럼 흩어져버린 자두꽃

 

 

 

 

 

 

 

자두나무 당신

김 언

 


당신과 내가 간편한 사이라서
헤어져도 좋은 간편한 사이라서
당신의 수첩에서 간편한 내 이름을 지우고
냉큼냉큼 잘도 받아먹은 씨앗들
당신의 씨앗들 모두 뱉아서
간편한 목소리로
너무 간편한 목소리로 내가
잘가, 하고 부르면
당신은 뒤도 안 돌아보고
딱 한번 돌아보고
가서는 아니 오고
영영 아니 오는 당신에게
간편한 당신에게
간편한 목소리로
너무 간편한 목소리로 내가
자두, 하고 부르면
당신은 자두나무가 되어
불알 주렁주렁 달린 자두나무가 되어
우리 사이에 너무 간편해서 좋은 우리 사이에
씨알 굵은 당신의 목소리를 토해서
게워내서
더러워 더러워
내가 다시 자두, 하고 부르면
당신은 내가 아니라서
간편한 내가 아니라서 불편한 당신은
안개 자욱한 자두나무 숲이 되어
운다네 자두나무 자두나무
당신의 온 숲을 흔들어 운다네

 

 

 

 

 

울혈

이성목

 

 

방문을 열고 자두 나무를 바라본다

장맛비 멈추지 않는다

당신은 내 생각을 베고 누워있다

문득 감은 머리카락 사이

흰빛이 머물다 사라진다

 

자두는 떨어지며

부득, 부득,

제법 큰 빗소리를 낸다

 

죽지않을 만큼 맞았어요

이건, 피멍이구요

 

허벅지 아래로

말이 자두처럼 붉게 맺혔다 떨어진다

허억, 허억,

울음소리 마음에 들이친다

 

맺힌 것은

하나같이

검고 붉다

 

 

 

 

 

출처 : 시사랑
글쓴이 : heartbreak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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