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인생은 하수다 [허연]

초록여신 2009. 6. 5. 07:24

 

인생은 하수다

ㅡ 도쿄 통신 2

 

 

 

 

 

 

 

 

 

 하여튼 인간을 찬양한다는 건 하수들이나 할 일이다. '빠지직' 소리를 내며 비를 맞고 서 있는 오래된 전차 송전선을 보고 생각했다. 인간은 꿈을 꾸지만 가끔씩 불꽃과 함께 '빠지직' 하는 것보다 나을 게 뭔가. 들개들 어울려 흙 묻은 고깃덩어리 입에 물면 침샘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것과 다를 게 뭔가. 큰 고깃덩어리 입에 문날 '빠지직' 소리를 내면서 한번 반짝한다 인생은.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날 저속의 전차는 인생을 몰고 오늘도 간다. 좌우 아래위 흔들리는 게 전차가 하는 일이다. 그 전차를 가게 하는 대가가. 한번의 '빠지직' 소리와 한번의 불꽃이다. 도무지 찬양할 수가 없다 인생은

 

 

 

 

* 시에 2009년 여름호, 시와 에세이.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질문 [이덕규]  (0) 2009.06.06
삼겹살에 대한 명상 [고영]  (0) 2009.06.06
덧칠 [허연]  (0) 2009.06.05
지퍼를 이해하는 법 [박남희]  (0) 2009.06.05
사연 [함민복]  (0) 200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