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하수다
ㅡ 도쿄 통신 2
하여튼 인간을 찬양한다는 건 하수들이나 할 일이다. '빠지직' 소리를 내며 비를 맞고 서 있는 오래된 전차 송전선을 보고 생각했다. 인간은 꿈을 꾸지만 가끔씩 불꽃과 함께 '빠지직' 하는 것보다 나을 게 뭔가. 들개들 어울려 흙 묻은 고깃덩어리 입에 물면 침샘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것과 다를 게 뭔가. 큰 고깃덩어리 입에 문날 '빠지직' 소리를 내면서 한번 반짝한다 인생은.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날 저속의 전차는 인생을 몰고 오늘도 간다. 좌우 아래위 흔들리는 게 전차가 하는 일이다. 그 전차를 가게 하는 대가가. 한번의 '빠지직' 소리와 한번의 불꽃이다. 도무지 찬양할 수가 없다 인생은
* 시에 2009년 여름호, 시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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