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칠
ㅡ 도쿄 통신 1
덧칠하면서 사는 나이다. 낡은 목선에 켜켜이 붙어있는 페인트의 잔해가 더 이상 쉽게 보이지 않는다. 씻겨나간 시간 위에 칠해진 것들은 목선 위에 들러붙어 지층이 됐다. 비둘기보다 까마귀가 더 많은 나라에서 '트라우마' 운운하는 편지를 몇 번이나 읽는다. 뭔가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온다. 난 오늘 또 그렇게 덧칠을 시작했다.
머리는 사랑을 기억하지 않는다.
지층만이 사랑을 기억한다. 지층 속에서 근육이 눈물을 흘린다. 지층의 구석구석에 내가 있다. 내 근육이 있다.
오늘도 짠물에 씻겨나가지 못한 것들이 울퉁불퉁 남아 지층이 된다.
* 시에 2009년 여름호, 시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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