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른 봄날이어서
겨드랑이가 괜히 가려운 봄날이어서 묵은 먼지 뒤집어 쓴 지붕조차 들썩거리는 동네 어귀 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때
참새들 뛰어내리는 걸 본다
농짝에 뭉쳐 끼워놓은 양말짝 같은 조막만한 몸집으로 옹벽 위에서 내려앉는 걸 본다
포르르 포르르
고것들은 뛰어내린다 겁 없이 뛰어내린다 의심 없이 뛰어내린다
두루마리 풀리듯 부드럽게 내리는
둥근 포물선
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것들이 날아오르는 모습
다 본 비디오 필름 되감듯이
그 자리에서, 앉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곧바로 솟구치는 것이다
준비도 없이 도움닫기도 없이
포로롱 포로롱
고것들은 떠오른다 의도도 없이 떠오른다 떠오른다는 생각도 없이 떠오른다
기운 자국 하나 없이 온전히
둥근 모음
곁들였던 반주 탓인가 겨우내 각지고 맺힌 마음조차 어른어른 온통 휘발하는
아지랑이 이 봄날
*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랜덤하우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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