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휘어 있고 나무가 휘어 있고
공중이 휘어 있듯이
내가 그 곁을 지나가면 내가 휜다
그쪽으로 넘어질 뻔하다
그가 내쪽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능선길; 멀리서 그 물체가 보이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가고자 했던 곳으로 가고 있다
휘고 싶지 않고 넘어지고 싶지 않으니
끝까지 걸어가기를 원하니
붙박여 있는 꽃들에게, 나무에게 묻는다
천생연분이라 한들
가고자 했던 곳만큼 하겠니
나는 넘어질 뻔했을 뿐이다
가고자 했던 곳으로 가고 있는 내가 좋다
도달하는 곳이 천생연분이다
*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 / 문학에디션 [뿔>, 2009,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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