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장만옥이라는 이름에 대하여 [천수호]

초록여신 2009. 4. 7. 10:29

 

 

 

 

 

 

 

 

 

 

화양연화 속의 그녀

남자들은 잘록한 허리에 빠지지만

나는 '장만옥'이라는 이름에 홀린다

 

 

'장'이 품은 장도의 비장함과

'만'에 묻은 중국식 야끼만두 냄새

'옥'이라는 한국식 촌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그녀의 이름에 혹하는 건

그 절절한 '만'과 '옥'의 이미지에 있다

 

 

가령 '옥'이 강화된 '옥분'이나 '옥순'이거나

'옥'의 이미지가 뻗어 나간 '순옥'이나 '분옥'이가 아닌

 

 

단단한 차이나식 칼라의 '만'에 대해

그 滿 수위를 눈앞에 찰랑이게 하는

 

 

화양연화 속의 그녀 뒷모습

오래 훔쳐보는 것은

장만옥이라는 그 적절한 결함에 있다

 

 

 

 

* 아주 붉은 현기증 / 민음사, 2009. 3. 30.

 

 

 

 

----------------------------------------------------------------------------------------

천수호

1964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003년 《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7년 문예진흥원 창작기금 및 신진예술가 지원금을 받았다.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무릇 [고영민]  (0) 2009.04.10
물목 [고영민]  (0) 2009.04.10
사계절의 꿈 [최영미]  (0) 2009.04.06
뒤꿈치라는 말 [복효근]  (0) 2009.04.06
아직도 어둡고 찬 [고영민]  (0) 200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