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직도 어둡고 찬 [고영민]

초록여신 2009. 4. 6. 09:25

 

 

 

 

 

 

 

 

 

불을 지피는 동안

마음이 쉬고 생각을 보내고

돌이켜,

다시 돌이켜

헐한 몸속에

헐한 몸을 넣어보듯

 

 

한때 이 마른 나무가 내게 열일곱 가마니의 그늘을 주었듯

다시 온 그 따스함을 받아

한 홉 한 홉

네 숨골을 만지듯 세며

내 아버지가

저 아궁이 속에 숨어

목숨을

목숨을

연명했다는

슬픈 전설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것인데

 

 

불은 그저 불!

가만히 아랫목에 곱은 손을 넣어보듯

캄캄한 구들을 만지고는

연기로

연기로

사라지니,

저 불이 하늘에 옜다!

부지깽이를 던지고

툭툭, 바지를 털고

일어나

일어나

 

 

 

 

 

 

* 공손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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