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피는 동안
마음이 쉬고 생각을 보내고
돌이켜,
다시 돌이켜
헐한 몸속에
헐한 몸을 넣어보듯
한때 이 마른 나무가 내게 열일곱 가마니의 그늘을 주었듯
다시 온 그 따스함을 받아
한 홉 한 홉
네 숨골을 만지듯 세며
내 아버지가
저 아궁이 속에 숨어
목숨을
목숨을
연명했다는
슬픈 전설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것인데
불은 그저 불!
가만히 아랫목에 곱은 손을 넣어보듯
캄캄한 구들을 만지고는
연기로
연기로
사라지니,
저 불이 하늘에 옜다!
부지깽이를 던지고
툭툭, 바지를 털고
일어나
일어나
* 공손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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