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물목 [고영민]

초록여신 2009. 4. 10. 15:12

 

 

 

 

 

 

 

 

 

봄날, 청둥오리들이

물 홑청을 펼쳐놓고

바느질을 하고 있다

 

 

잔잔히 펼쳐놓은 원단을

자맥질하여

일정한 땀수로 꼼꼼히

박음질을 하고 있다

겨우내 덮고 있던 너희들의 낡고 큰 이불

 

 

제법 큰 놈은 한번에 두 땀, 석 땀씩

꿰매고 있다

 

 

꼼꼼하여

바늘땀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헐겁던 수면이

팽팽하다

 

 

 

 

* 공손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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