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국외자 3 [여태천]

초록여신 2009. 2. 13. 11:07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은 채

우리는 또 봄을 맞았고

눈을 감고 침묵했다.

 

 

초코릿과 사탕을 먹으며 혀 짧은 소리로

멀리서 온 손님과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꽃이 피는 건지

지고 있는 건지 몰랐다.

그리고 잠시 숨을 멈추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숨도쉬지않고말하지않기는

오늘의 꽃에 대한 우리의 정중한 인사였다.

 

 

신문은 점점 면이 많아지고

불안한 문자들이 자꾸만 늘어 갔다.

 

 

버드나무는 녹색의 입을 허공으로 밀어 넣고

내일의 꽃은 온몸으로 힘을 쓰느라

얼굴이 더 빨개졌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우리는 분명하지 않은 채

침묵에 맞춰 손뼉을 치며

봄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스윙,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