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노예 [이진명]

초록여신 2009. 2. 7. 21:23

 

 

 

 

 

 

 

 

 

 

처박힌다

사랑은

노예처럼

 

 

코로 쉬는 숨을 잊어버리고

손가락 발가락으로 숨쉰다

손바닥으로 발뒤꿈치로 숨쉰다

 

 

뒤통수로 보고

등으로 만진다

머리카락으로 듣고

발바닥으로 말한다

 

 

입이 걷고 눈이 뛴다

귀는 달린다

그럴 때 정강이가 숨을 들이쉬고

팔뚝이 숨을 내뱉는다

 

 

처박힌 사랑은

노예처럼

불타는 심장을 이고 지고 메고

부둥켜안고

 

 

온 동네방네를 태우는 말도 안 되는

검둥이 검둥이 살껍질에는

검은 기름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사랑은

검둥이 노래

모욕처럼 짚풀더미에 처박힌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 (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2009. 0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