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필 때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팍, 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징그럽게 눈뜨던
소름은 꽃이 되고
잎이 되고 다시 그늘이 되어
내 끓는 청춘의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꽃은 피지 못했을 것이다
떨림이 없었다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툭, 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아픈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시사랑에 빠지다
200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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