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꽃기침 [박후기]

초록여신 2009. 2. 6. 07:49

 

 

 

 

 

 

 

 

 

 

꽃이 필 때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팍, 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징그럽게 눈뜨던

소름은 꽃이 되고

잎이 되고 다시 그늘이 되어

내 끓는 청춘의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꽃은 피지 못했을 것이다

떨림이 없었다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툭, 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아픈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시사랑에 빠지다

 

 

   200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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